위드코로나북트래블(65)(2021.04.24.토)
<밤을 걷는 밤>(유희열,카카오TV)
밤의 거리에서는 누구나 여행자가 돼.
참 좋은 거구나,밤에 걷는다는 거.
"천천히 밤의 길을 걷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는 일이다."
1.연예인중에서 그나마 마음이 가는 사람은 유희열과 유재석이다.
가수이자 작곡가 유희열의 선한 미소와 상대방을 고려하는 자세가 좋고 공인으로서 철저하게 자기관리하는 것이 너무 좋다. 그렇다고 덕후는 아니지만 연예계의 롤모델로서 양희은씨처럼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이십 대 중반부터 MBC라디오 <음악도시>를 진행했다. 그때 '홍대 클럽 뮤지션'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감성 뮤지션 유희열이 심야 산책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을 내었다.연예인 책은 되도록이면 안 읽는데 <그러라 그래> 양희은씨 책이래 두 번째다. 4개월간(한창 더운 여름부터 겨울이 오기까지) 서울의 동네 구석 구석을 걸으며 관찰력과 감성으로 그만의 추억을 소환하여 쓴 글이다.
2.유희열은 생각이 많을 때면 주로 밤에 산책을 한다.낮과 다른 풍경이 밤에 그려진다. 훤한 낮은 일상의 남루한 편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반면에 밤은 그런 것이 전부 어렴풋하게 한다.
혼자 산책을 하려면 페퍼톤스의 <Long Way>와 윤석철 트리오의 <2019 서울> 자기가 자주 듣던 노래인데 추천한다.
3.유희열이 밤에 산책한 곳 청운효자동을 비롯하여 총16군데이다.유희열은 서울사람이지만 처음 가본 곳,아름다운 전망이 있는 곳이 처음인 곳도 있었다.나도 서울생활이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안 가본 곳이 몇 군데 있더랬다. 처음 직장생활을 미국 대사관 옆 중학동에서 10년 넘게 했는데(이마빌딩옆) 지척에 있는 경복궁도 가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그 후에 몇 번 갔드랬다. 그때부터 광화문 교보문고를 줄기차게 다녀드랬다.
4.유희열에게 청운효자동은 출생지이자 '토이'(밴드이름은 윤정오와 유희열,두 사람의 이름에 모두 들어가는 첫 이니셜 Y를 따서 Two Y,TOY로 정함)로 음악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어머니(희열이 어렸을 때부터 일- 한복집-을 하셨고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 지가 오래되었다. 어머니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인왕시장에 가서 과일을 사고 싶다고 하셨다.형이 있다.창신동과 동대문 시장을 걸으며 어머니를 떠올린다)가 생각나는 장소이다. 후암동에 있는 해방촌 108계단 경사형 승강기도 있다. 계단은 실제로 128계단였드랬다.
수국은 희열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남산 '삼순이 계단'에 털썩 주저 앉아보지만 어머니와 손 잡고 왔던 그때랑 다름을 느낀다. 하나의 공간은 각자의 추억 속에서 저마다 새로운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이제는 딸이랑 한번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5.장충동에 가면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태극당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수표교(1420년에 세워졌으니 나이가 600살이 넘는다)가 있다. 유희열은 산책하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묵상도 하게 된다.인생에서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어릴 때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제 보이기도 한다.골목은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골목 끝에는 언제나 새로움이 있다.하지만 늘 다니던 큰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6.거리가 살아 숨 쉬려면 사람들이 걸어 다녀야 한다.그중에서도 젊은 사람들로 북적여야 한다.
7.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이다.어릴적 부모님이 퇴근 길에 사다 주시던 그 전기구이 통닭을 이제는 본인이 사서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 금남시장에는 제일 좋아하는 꽈배기집이 있다.
'은성보쌈'은 금남시장에서 제일 핫한 집이다. 한번 가서 먹고 싶다.
*대한민국 행정구역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송파구다.
그 중심에 올림픽 공원이 있어 허파 역할을 한다.
종로3가에 있는 낙원상가에서 희열은 생애 첫 번째 악기 세고비아 기타를 샀다.
8.선유도공원은 2002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친환경 재생 생태공원이다.안 가본 곳이다.가보고 싶다.
9.상처가 흉터로 아물면 통증은 사라지지만 기억은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는다.억지로 가리고 덮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10.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을 아주 좋아하는 유희열이다.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이 가사로 책을 마무리한다.
11.코로나19시대에 살면서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은 요원하겠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철학자 칸트는 정한 시간에 산책했다고 알려져 있다.분주한 일상에서 유희열이 추천한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는 것도 코로나19와 더불어 사는 한 방법인 것이다. 내면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방법은 밤으로의 산책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여행을 갈 수도 없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어려운 시대에 산책은 조금이나마 우리 숨을 틔워주는 행복이 되었다고 방금 유희열이 귀뜸해주었다.
가을은 산책의 계절이라고 가던 발길을 돌려 귓속말로 해준다.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풍경이 너무 많다"